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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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심부름은 곧잘 하곤 했는데

무수한 심부름 중에서도 어린 내가 가리는 무언가는 있었다.

그것은 콩나물을 사와서 콩나물을 다듬어 놓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마트에 콩나물을 손쉽게 구입할 수도 있고 이미 다듬어져 나온 콩나물이기에 씻어서 바로 조리에 사용가능하다.

하지만 어릴적 나에게 콩나물 심부름은 부식가게에서 오백원어치나 천원어치를 사서

콩껍질을 벗기는 거나 콩나물 대가리나 발을 떼어놓는 일이었다.

콩나물의 사용방법에 따라 어떻게 다듬어야 하는 것도 달라졌는데 나는 그것을 외우지 못했다.

외우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치 엄마가 우리집의 많은 제사가 있음에도 누구의 제사인지 외우지 않고 차례음식을 만들어 지내는 것처럼



세월이 흘러도 어머니는 여전히 부식가게를 고집하신다.

얼마전에도 심부름으로 콩나물 천원어치를 사와 다듬어놓으라고 일러놓으셨는데

콩나물은 미리 사다놓고 다듬는 일은 마치 잊어먹은 것 마냥 하루를 흘려보내고 저녁에 들어오신 엄마가 콩나물을 다듬으시려고

봉투를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거실로 나가 어머니와 마주 앉아 주말 드라마를 보며 콩나물을 함께 다듬었다.

어릴땐 자잘한 것 까지 다 주우시더니 부쩍 눈이 어두워지신 탓인지

아니면 귀찮으신지 어머니는 적당히 줍고 버리라고 하신다.

모든 것이 예전같지는 않지만 나에게 콩나물심부름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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